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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칼럼

이스트시큐리티 보안 전문가의 전문 보안 칼럼입니다.

지난 7월1일, 특허청에서 소프트웨어(Software) 특허의 범위를 확대하여,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특허 등록이 가능하도록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기준'을 개정했다. 그 동안 국내에서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 등록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특허 심사기준의 개정 예고 때부터 뜨거운 논쟁이 지속되었다. (여기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특허청의 입장 차에 관한 논쟁은 논외로 하고,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이야기만 하도록 하겠다.)


우선 심사기준이 어떻게 개정되었는지 간단하게 알아보자.


기존의 소프트웨어 발명 관련 심사기준은 프로그램의 기능을 수행하는 제품 혹은 부품만을 특허로 출원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발명 특허라도 프로그램만으로 청구되는 특허는 거절되었으며 프로그램과 함께 구동되는 장치 또는 물건 등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유형의 물건이 있어야 특허로 인정되었다.


반면, 개정된 특허 범위에서는 프로그램 그 자체 만으로도 특허 등록이 가능하며, 그 권리를 인정해 주겠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프로그램이 특허의 대상이 되느냐 아니냐’의 차이인 것이다.


 



















▲ 저작권법과 차별되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의 용어 재정의컴퓨터 내에 탑재돼 그 컴퓨터가 특정한 기증을 수행해 특정의 결과를 발생하도록 직,간접적으로 일련의 지시,명령,행위 등을 작용시키는 것
▲ 컴퓨터 SW 발명 성립 요건 명확화SW에 의한 정보처리가 하드웨어 상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것 - 발명에 인간의 정신활동이 포함되지 않을 것
▲ '프로그램'청구항 기재형식 허용예) '컴퓨터가 A기능을 수행하도록 하는 프로그램'
▲ 발명의 보호대상 범주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준하는 유형까지 확대예) 특허요건을 만족하는 애플리케이션, 미들웨어, OS, 플랫폼 등

<컴퓨터 SW 관련 발명’ 심사기준 개정(안) 주요 내용>
출처 : 특허청


 

이번 개정안과 관련, 아이디어 발명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산업에 긍정적이라는 입장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혁신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입장으로 나뉘어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컴퓨터 관련 발명 심사기준’ 개정이 왜 이렇게까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지, 특허 심사기준에 대한 여러 국가 또는 단체들의 견해를 통하여 알아 보도록 하자.


세계 주요국들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발명에 관한 특허 등록을 허용해 왔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특허의 추상성과 모호성으로 인해 세계 주요국들의 특허 심사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소송이 제기되어 왔으며, 각 소송의 판례가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권리 해석 및 심사기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래는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소송에서 미국의 대법원 판례를 정리한 것이다. 비교적 최근인 2007년 소송이 제기되고, 2014년 6월 판결이 내려진 앨리스-CLS 소송의 결과는 추상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만, 기존과 같이 장치와 연계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한 특허는 인정하도록 한다.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례

<소프트웨어 특허에 대한 미국 대법원 판례>
출처 : 전자신문


 

뉴질랜드에서는 2013년 8월 소프트웨어 특허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특허법을 개정했으며, 독일 의회도 2013년 6월 소프트웨어 특허를 제한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두 국가의 소프트웨어 특허의 제한 근거로는 소프트웨어의 추상성과 기존 소프트웨어의 참조 없이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어렵다는 점들이다.


그리고 자유소프트웨어운동 등 민간 단체나 재단에서도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발전에 특허는 장애물이라면서 소프트웨어 특허 자체의 무용론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애플, 구글을 필두로 하는 글로벌 IT 기업들과 특허전문관리회사(NPE) 등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에 도움을 주므로 소프트웨어 특허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 국가들의 판례나 단체들의 의견에서 알 수 있듯이, 소프트웨어 특허에서 가장 큰 쟁점이 되는 부분은 ‘소프트웨어(프로그램)’ 그 자체를 특허로 인정해 줄 것인가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특허 등록이 가능한 유형으로 판단할 경우 권리의 범위가 매우 광범위 해질 수 있으며, 매우 추상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진 청구항(Claims)이라 하더라도 특허 등록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동소수점 숫자의 처리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 청구하여 특허로 인정을 받는다면, 컴퓨터 등을 비롯한 모든 장치에서 부동소수점 숫자를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부동소수점 연산을 하는 경우 특허를 침해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예가 매우 극단적인 경우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미국의 NPE 회사중의 하나인 유니록이 ‘부동소수점 숫자의 처리방법’에 관한 특허를 등록하여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법원은 유니록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제 다시 국내 특허청의 특허 개정안을 살펴보면, 발명의 보호대상 범주를 컴퓨터 프로그램에 준하는 유형까지 확대, 청구항에 ‘프로그램’ 기재 가능 등의 개정 대상이 보인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런 심사기준의 개정 내용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의 특허 등록을 허용하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이로 인해 해외 NPE, 거대 IT 회사들의 특허 소송으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방해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특히 해외 NPE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먼 추상적이고 모호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여, 소송으로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물론 정당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발명에 대한 권리는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기존 특허법의 법리와 원칙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혁신성 또한 지킬 수 있도록 특허의 심사 시에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꼼꼼히 살펴 보시길 바란다.


- 신규성, 진보성, 산업적 이용 가능성
- 보호범위가 적절 한지의 여부


아이작 뉴튼(Isaac Newton)은 “거인의 어깨를 빌어 다른 이들보다 더 멀리 볼 수 있었다” 라고 말했다. 현재의 소프트웨어 산업도 거인의 어깨를 빌리지 않고서는 혁신을 이야기할 수 없다.


개정된 특허 심사기준이 거인의 어깨가 후대의 찬란한 유산이 될 수 있는 기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